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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골프뉴스

[페덱스컵] 비제이싱, 페덱스컵 흥행 '공공의 적'




'김빠진' 페덱스컵
비제이싱 2연승으로 투어 챔피언십 박빙승부 기대 물거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이 현실로 나타났다. 총상금 3500만달러가 걸려있어 미PGA 투어 최대 돈잔치로 꼽히는 페덱스컵이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을 치르기도 전에 비제이 싱(피지)이 최종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대회 흥행 자체를 걱정할 처지에 몰렸다.

페덱스컵은 미PGA 투어 플레이오프 성격으로 치러지는 미니 투어로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28일까지 4개 대회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페덱스컵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개별 대회 상금과는 별도로 마련된 천문학적인 보너스 상금때문이다. 페덱스 포인트 순위 1위에게는 1000만달러라는 보너스 우승 상금이 걸려있다.

비제이 싱은 올 시즌 페덱스컵 흥행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싱은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부진했지만 이번 대회에는 달랐다. 지난 8월, 총상금 800만달러가 걸린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예고한 싱은 페덱스컵에서도 2연승을 내달리며 BMW챔피언십을 마친 현재 페덱스컵 포인트 12만2651점으로 최종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과 관계없이 최종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종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비제이 싱이 최하위인 30위를 기록하더라도 2000점의 포인트를 추가해 최종 점수가 12만4651점이 되는 반면 현재 2위인 카밀로 비예가스는 1위를 차지하더라도 최종 점수는 싱에 101점이 모자란 12만4550점에 불과하다.

물 건너간 흥행, 발등에 떨어진 불=미PGA는 당장 페덱스 컵의 피날레를 장식할 투어 챔피언십의 시청률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페덱스컵의 최대 관심사인 1000만달러의 주인공이 가려진 이상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무릎 부상으로 빠진 것도 아쉽다. 지난 해 타이거 우즈는 페덱스컵 흥행의 `수호천사'였다. 지난 시즌 미PGA 투어 정규시즌에서 5승을 거두며 페덱스컵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던 우즈는 페덱스컵 1차 대회에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1000포인트 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박빙의 승부 끝에 최종 우승컵을 지켜내면서 흥미진진한 플레이오프를 연출해냈었다.

비제이 싱이 미PGA 투어 팬들에게 대표적인 `비호감'선수로 꼽힌다는 점도 주최측의 고민거리다. 싱은 `연습벌레'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반면 언론이나 팬들과의 관계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어 팬들의 불만을 사곤 했다.

포인트 제도, 황금비율 개선 `절실'=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페덱스컵 흥행 걱정에 직면한 미PGA는 새로운 흥행 전략을 짜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내내 차곡차곡 승수를 쌓으며 페덱스컵 포인트를 모아온 선수와 페덱스컵에서 깜짝 스타로 떠오른 선수의 경쟁을 흥미롭게 포장할 수 있는 포인트 제도 개선이 급선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선수들 중 막차를 타고 대회장에 입성해 차례로 강자들을 쓰러뜨리며 최종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드라마틱 한 승부도 좋고 정규시즌 1위와 깜짝 스타의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지는 것도 팬들이 바라는 바다.

플레이오프로 흥행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미국프로야구(MLB)와 북미풀볼리그(NFL)처럼 플레이오프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푸짐한 돈 다발도 중요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승부를 연출해 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정원일 기자 umph@